![애정결핍, 그리고 그 해결](https://img1.daumcdn.net/thumb/R750x0/?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blog.kakaocdn.net%2Fdn%2FblIO05%2FbtsEy58qsfl%2FMQWjIYqdKNf5zHTM9XYsgK%2Fimg.png)
애정결핍과 애착문제, 그리고 그 원인
애정결핍과 애착문제
애정결핍의 모습
누군가에게 계속 집착하고,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그 사람이 애정결핍이 있다고 한다. 애정결핍이 있는 사람은 여러가지 증상을 보이며 그 증상에 따라 진단이 다르게 내려진다. 진단이 어떻건 간에 모두 애정을 갈구한다는 것은 기본이고, 그 위에 여러가지 증상들이 얹어진 형태를 보인다. 집착을 한다거나, 분노를 표출한다거나, 튀려고 혹은 관심받으려고 애쓴다거나, 우울해 한다거나 하는 여러가지 증상이 얹어진다.
애정결핍이 있는 아동은 언어나 사회성, 신체적 발달이 늦고 학습능력이 저하된 경우가 많다. 지적장애나 자폐와 같은 발달장애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은 아동의 사례와는 다르게 뚜렷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애정결핍은 사람마다 굉장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이를 감추려는 방어적 태도도 강하기 때문이다. 필자만 봐도 필자가 이런 증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하는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가까운 친구 몇과 이제 이 글을 볼 몇이 알 뿐이다. 이렇듯 성인의 애정결핍은 방어기제로 꽁꽁 싸매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 애정결핍은 진단명이 아니다
애정이 부족해서 끊임없이 애정을 갈구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애정결핍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우리는 이 애정결핍이라는 단어를 일종의 진단명처럼 사용을 하곤 하는데 정신의학에서는 애정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고 애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애착은 사람 사이에서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 것을 이야기하기에 애정이라는 단어보다는 애착이라는 단어가 상황에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정결핍은 그 사람의 현재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현상이라고 할 수 있고, 애착문제는 그 사람을 의학적으로 진단한 진단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애정결핍의 원인 애착문제
나조차 나를 싫어해
그렇다면 애정결핍의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애정결핍은 애정, 즉 사랑을 받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많이 생각한다. 결과적으로는 틀렸지만, 사고의 흐름으로 봤을 때는 이상하지 않다. 애정이 부족하니 애정결핍이 생겼다는 논리, 세상이 이 사람을 사랑해주지 않아 애정결핍이 생겼다는 논리는 얼추 들어보면 맞다. 이것 역시도 완전히 틀리다고 할 수 없고, 어떻게 보면 맞다. 직전의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라고는 할 수 없다. 근본적인 애정결핍의 이유는, 남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하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 애정결핍의 모습을 보이는 사람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에, 가장 가까운 사람인 나 자신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할까 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의 애정을 더욱 갈구하게 된다. 쉽게 말해 사랑받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 되어버려서 사랑받는 것에 집착하게 된 것이다.
나를 사랑하지 못한건 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앞에서 애정결핍과 애착문제의 차이를 이야기한 이유가 이제 나온다. 바로 애착문제 때문이다. 애착문제의 부적응 현상이 애정결핍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애착이라는 것은 굉장히 어린 나이에 형성이 된다. 생후 7 - 8개월부터 36개월까지 부모의 조건없는 사랑을 받으면 애착이 형성이 된다. 굉장히 슬프게도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잘못 학습해서가 아니라 부모의 역할이 부족해서이다. 내가 뭘 하든 사랑한다는 감각을 받아야 세상이 나를 사랑해주고 나는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감각을 형성하는데 애착형성 시기에 제대로 애착을 형성하지 못하면 사랑받는 감각을 받지 못하게 되고 세상은 나를 사랑해주지 못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나의 경우는 생후 3개월부터 이어진 잦은 수술 때문일 것이다. 내 기억들의 첫 시작, 가장 오래된 기억은 계속 병원 침실에 누워서 티비만 하염없이 보던 것이다. 옆에 앉아계시던 어머니는 나를 사랑으로 가득한 눈빛이 아닌 미안한 눈빛으로 봐줬다. 아무래도 그게 원인이 아닐까. 나는 항상 생각한다. 사실 이 기억은 한동안 묻혀있었다. 심지어 인간관계론 수업때 애착의 형성은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내용을 들을 때에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나의 부모님은 나를 사랑해줬겠지 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계속 병원에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나를 안아준 시간이 많을 수 없다는 논리적 오류가 생각이 나버렸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게 좋다. 이 이후는 굉장히 힘들 것이니까
애착 형성은 부모, 혹은 주 양육자의 책임이 굉장히 크기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갓난아기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사랑을 달라고 우는 것 뿐,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키워준 부모를 원망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첫 단추가 잘못 잠궈지긴 했지만, 그리고 그렇게 잘못 잠궈진 채로 몇 천개의, 몇 만개의 단추를 잠궈왔지만, 그들을 원망한다고 해서 그 단추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다. 그저 다음 단추를 잘못 채우고 있을 뿐인거다. 이제부터는 원인이 누구인지를 찾으며 원망할 대상을 찾기 보다,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스스로가 나설 차례다.
성인 애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앞에서 잘못 채운 단추부터 지금까지 채워온 몇 천, 몇 만 개의 단추를 제자리에 맞게 끼우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이다. 그렇게 단추를 제자리에 맞게 끼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부터 온갖 생각이 들고 내가 이걸 굳이 해야할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될 것이다. 지금의 내 상태가 딱 그렇고,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고치지 않으면 더 힘들 것이고, 더 괴로울 것이기에 고통스러워도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애착문제의 치료
사람을 많이 만나는걸로 치료가 될까?
애정 결핍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해.
아니면 연애를 계속 해보는 것도 좋고.
인터넷에서 애정결핍에 대한 치료법으로 많이 대두됐던 것들이다. 하지만 이게 정말 옳은 방향일까? 전문가들이 말하기로는 이는 좋지 않은 방법이라고 한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이는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결핍된 애정을 충족하기 위해 대인관계에 무리하게 에너지를 쏟다가 충동적으로 결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충동적인 결정이 좋지 않은 이유는 빠르게 애정을 충족하기 위해 빠르게 관계를 형성했다가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처를 치료해야하는 마당에 더 큰 상처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말에 적극 공감했다. 애정결핍이란 것을 인지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나보았고, 연애도 해보았지만 결국에 남은 것은 공허함과 더 큰 상처뿐이었다. 큰 상처를 입고 나서는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나를 사랑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을 사랑하려고 하거나 사랑을 받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큰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그렇기에 위의 방법들은 어느정도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됐을 때, 기반이 깔렸을 때 시작을 해야한다.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
혼자만의 시간 보내기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런 저런 방법을 굉장히 많이 찾아봤다.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하게 보내지 못했는데, 이전에 혼자만의 시간을 자주 가질 때는 마음도 평온했고, 평온한 마음에 너무 취한 나머지 살도 엄청나게 쪘었다. 그 때는 모두가 나를 보며 편안해 보인다고 했었고, 부드러운 인상이 됐다고도 했다. 살이 쪄서도 있지만 인상 자체가 바뀌었다고도 했다. 물론 그 뒤로부터는 학교에 복학하고 이런 저런 활동들도 하고, 무리하게 연애도 하며 다시 원상복구가 되어버렸지만, 위의 방법은 지금까지 했던 것들 중에 가장 효과가 좋았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무엇을 할 지에 대해 생각하기 보다 혼자라는 것에 집중을 해야한다.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한다. SNS는 당연히 치워야하고, 유튜브와 같은 타인의 생각이 보이는 것도 치우는 것이 좋다. 어차피 영상만 볼건데, 어차피 만화만 볼건데 하며 소셜 기능이 포함된 서비스를 사용했다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시간동안에는 나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내 생각을 알 수 있는 것들을 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아예 아무 생각을 안하고 비우는 것도 좋다.
필자의 경우엔 조금 정신병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스스로와의 대화를 했다. 나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면서 내가 화난 이유, 내가 우울한 이유, 내 본심에 대해 내 입으로, 구두로 말 하는 것을 했다.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어도 어느정도 하다보면 스스로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 사실 진짜 원했던 것들, 말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술술 이야기하게 된다. 어차피 남에게 하는 말도 아니고 나 스스로만 아는 나의 본심이기에 부끄러워할 필요 없이 하면 된다. 누가 들으면 어쩌지 라는 생각 조차도 필요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에게 관심이 없고, 누군가 듣고자 한다면 오히려 좋은 것이다.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 애정을 주는 사람이 아예 없진 않으니 말이다.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기
이건 필자가 경험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오히려 급한 관계를 추구했다가 상처를 더 입은 사람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안정된 사람의 조언은 필요하다.
필자의 오랜 친구는 정신적으로 굉장히 건강한 사람이다. 약간의 트라우마는 있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발판 삼아 저 위까지 도약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 친구에게서 배울 점이 굉장히 많고, 이 친구가 도와주기도 한다. 마음이 아팠을 때는 자신의 사례를 들어주며 추상적인 조언이 아닌 나에게 맞는 상당히 구체적인 조언도 해주었다. 굉장히 많이 도움이 되었고, 친구 덕에 비교적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렇듯 꼭 연인관계가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사람이 내게 주는 영향은 엄청나다. 나에게 부족한 부분들을 알려주고 매꿔준다. 그 친구에게도 친구만의 사정이 있어 나와의 시간은 줄었지만, 여전히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타인의 도움을 주저하지 말자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과 안정적인 사람들의 도움을 통해 애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둘을 할 여유가 전혀 없거나, 하지 못할 정도로 힘든 상황이라면 정신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사실 위의 두 방법은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이 안될 때도 있고, 그런 때가 오면 타인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요청해야한다. 부끄러워할 필요없다. 고작 이런 일로 당신을 비난하고 욕보일 사람은 단 한명도 없으며,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저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구나 생각하면 된다.
필자도 아직 그 고통을 겪고 있다. 애정결핍에 대한 문제로 매일 매일 속 썩이고 있다. 하지만 호전됨을 느낀다. 이런 부분도 나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나 혼자만 겪는 문제가 아님을,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많음을 느낀다. 모두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
모든 사람은 그 정도만 다를 뿐 애정결핍을 겪는다. 애착문제가 아예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에겐 각자의 상처가 있고, 각자의 고민거리가 있다. 완벽한 부모라는 정의는 이 세상에 없으며 내가 살아가기에 완벽한 환경이란 것은 허구에 가깝다. 모두에겐 결핍이 있고, 구멍이 있으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이 구멍을 메우는 것이다. 애정결핍을 겪는 것은 부끄러운것이 아니기에 숨을 필요도 없다. 애정결핍을 겪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인정하게 된다면 이는 자연스럽게 극복이 될 것이다.
문제가 빠르게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자는 거의 몇 년을 이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고통스럽지만 견디고 해결하면 결핍은 메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문제를 겪는 모두가 상처를 회복하고 행복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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